4.9 총선의 거친 바람에 변두리 블로그가 휩쓸릴까 두려워 포스팅도 자제하며 한달동안의 은둔생활 마치고 컴백. 블로그에 글 쓰기 싫어 빈둥대던 때에 적절하게 국가적인 행사로 핑계꺼리 만들어주니 어찌나 고마운지.

한달동안 쉬면서 뭘로 머리 들이밀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적절한 동영상 발견



광고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게 어찌 광고만 해당되는 이야기겠는가. 어디든 마찬가지인 이야기.

개발자가 제일 무서워 하는 이야기는 "이건 아니야! 그러니까 새로 만들어!"가 아니다.
신입일때야 이 이야기가 제일 무섭지만 2,3년쯤 지나게 되면 적어도 윗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는 '만드는 기간이 좀 길어지더라도 내가 널 지켜줄테니까 걍 다시 만들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런 의미를 포함하지 않고 다시 만들라고 하는 것이라면 평생 고생할테니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팀으로 빨리 옮기는게 좋다.

정말 무서운 이야기가 "괜찮긴 한데 이게 좀 부족해. 그걸 이렇게 바꿔봐"이다.
이 이야기의 배후에는 '그정도 고치는 건 2,3시간이면 충분하지? 일정 변경은 없다.'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별거 아닌 수정이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그냥 고치라는 것이다보니 반박하기가 정말 힘들다. 어쩔 수 있나. 야근하면서 고쳐야지. 그런데 정말 무서운 이유는 몸이 힘들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윗사람이 보기에 별거 아닌 변경"이 가져오는 정말 큰 문제는 본질이 바뀐다는 점이다. 원래 의도가 뭐였는지 알 수 없어진다. 결국 이것은 개먹이 광고에 강아지에게 출연 기회조차 주지 못하게 되어버리거나 도대체 뭘 재미있게 하라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버리게 된다.

개구리를 솥 안에 넣어두고 물의 온도를 서서히 높이게 되면 뜨거워지는 지도 모르고 죽는 것 처럼 이런식의 작은 변경이 계속되다보면 결국 "내가 뭘 만들고 있었지?"가 되어버린다.

"이거 조금만 바꿔보지?"라는 의견이야말로 그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꼭 생각해봐야 한다. 작은 변경은 반드시 나비효과로 돌아온다.
Posted by 모과이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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