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과 출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국산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인 투비소프트의 연구소장. 여전히 “난 아직 프로그래밍이 재밌다”고 말하는 인물. 올해 나이 46살. 송화준 R&D 소장. 한 우물을 제대로 파면 성과가 있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는 인물. 현장을 지키면서도 후배들이 오랫동안 현장에 있기를 바라는 한 프로그래머 선배로서의 충고를 듣고 싶었다. 그를 만난 이유다.
그와 만난 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의 핵심 개발자들은 전문 미디어들이 자주 만난다. 사업과는 별개로 제품에 대한 철학과 향후 지원할 기능들과 관련된 내용도 파악하기 위해서다.
송화준 소장은 자신의 이야기에 앞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사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많은 개발자들이 빨리 현장을 떠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는 핑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상당 부분 사회적인 지위나 회사내 위치 문제가 발생한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으니 발생하는 문제다. 엔지니어들에게 관리와 팀운영,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기게 되니 떠난다. 전혀 새로운 영역에 적응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서 멀어지게 된다”면서도 “또 신기술을 접할때 나이가 들면 머리가 팍팍 안돌아간다. 헤메고 있을 때도 있다. 도망가기딱 좋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럼 송 소장은 아직까지 어떻게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일까?
그는 “프로그래밍이 아직 재미있다. 어느 직종이나 비슷하다고 본다. 경력이 쌓이면 조금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도 보인다. 물론 요령으로 하면 안된다. 자신에게 잘 맡는 분야를 찾아서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젊은 후배들을 위해서도 현장을 오랫동안 지키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핵심에 다가가고 싶다는 ‘열망’ 또한 빼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초기 시장이 개화되는 부분은 많은 기술들이 ‘공개’돼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공개된 것들을 내재화해 하나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순간 공개된 기술은 더 이상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아무도 안가르쳐주는 부분이 발생한다.
그는 책을 보고 따라하면 2등 제품이나 3등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 핵심 기술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핵심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도밖에는 답이 없다. 핵심에 다가서려는 열망도 개발자로서 가져야 되는 게 아닐까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송화준 소장은 “최종 목표가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 구현할 수 있는 수많은 길이 있다. 방법도 많다”면서 “젊은 친구들은 인터넷을 많이 뒤지겠지만 엔지니어로 오래 생활하려면 근본에 도달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막히면 돌아가고또 돌아가고 해서답을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 이렇게 쌓인 노하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이런 유능한 인재들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을 떠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일”이라고 거듭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연구개발 조직원들이 꽤 깐깐한 소장 밑에서 고생이 많을 것 같다고 묻자 그는 “그런가?”라면서 웃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오랫동안 같이 하는 것이 후배들에 대한 진짜 애정일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친구들도 이제 그만 개발에서 손을 좀 떼고 주말에 같이 놀러다니자는 이야기를 하지만 자신은 이 일이 정말 즐겁다고 전했다. 천상 개발자다.
그는 후배들을 오랫동안 이끌기 위해서는 욕심을 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팀장이 욕심을 부리면 같이 일하는 내부 직원들에게 죽으라는 소리라는 말도 했다. 오랫동안 연구소장을 하면서 체득한 경험이라고 했다.
송 소장은 “어느 정도 기준을 달성하면 수용해줘야 한다. 젊었을 때는 수용이 안됐다. 내가 밤을 세워 뜯어고쳤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 플레이를 해서는 좋은 제품이 안 나온다. 모든 기능에 욕심을 내면 팀이 공멸할 수 있고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후배들 뽑아놓고 닥달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팀원들이 들으면 좋아할 소리같다.
이런 열정을 가진 개발자들이 많아서 국내에서도 좋은 소프트웨어들이 하나 둘 등장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투비소프트의 개발자들 뿐아니라 우리나라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이런 열정을 가지고 도전을 선택했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회사들을 많이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쉽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진해 왔기 때문에 외산 솔루션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 업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겪어 나가는 이들에 대한 연대감도 느껴졌다.
최근 국내외 IT 시장은 모바일과 클라우드 열풍이 뒤엉켜서 거센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폰용 앱 개발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클라우드 바람도 매섭다. 이번 바람은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다. 현장에 선 개발자로서 이런 변화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답이 담백하다.
그는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는 것도 기존에 쌓여 있는 80% 위에 나머지 20%가 변화하는 정도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UI는 95%가 PC에 집중돼 있다. 어떤 솔루션이 나오던 PC에 돌아가는 건 기본이다. 그런 상황에서 모바일이 얼마나 잘 연동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호들갑 떨던 기자는 순간 머쓱해졌다. 유행을 먼저 간파하고 이게 대세라고 떠드는 데 익숙해진 모습을 뒤돌아 보게 하는 훈수 아닌 훈수였다.
그는 “일에 대해서도 어떤 것을 하던지 즐길 준비를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덕담 아닌 덕담을 했다.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맞는 말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후배들에게 한번 써먹어봐야겠다. 그가 오랫동안 현장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현장을 기자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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